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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상 배임죄의 애매성

[2012-10-12 오후 5:09:00]
 
 
 

법무법인 백석 한상영 변호사

최근 국내에서 손꼽히는 재벌기업의 그룹총수가 업무상 배임죄로 1심 재판에서 유죄판결을 받고 법정에서 곧바로 구속되면서, 업무상 배임죄의 위력이 새삼 국민의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나, 연말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서는 여야 할 것 없이 경제민주화를 중요 대선공약으로 내세우면서, 재벌총수에 대해 업무상 배임죄의 처벌을 강화하자는 여론이 형성되는 분위기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기업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기업CEO들은 배임죄의 위력 앞에 잔뜩 긴장하고 있는 것 같다. 업무상 배임죄는 경제범죄로서 전형적인 화이트칼러 범죄이다. 이러한 경제범죄의 특징은 그 피해범위가 매우 광범위하여 국민적인 파급력이 크다는 점이다. 그래서, 업무상 배임죄에서 이득액이 5억원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되어 형법보다 더 엄하게 처벌하고 있다. 형법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업무상의 임무에 위배하여 재산상의 이득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 배임죄가 성립하도록 하고 있다. 특히, 업무상 배임죄는 타인사무처리를 “업무”로서 행하는 자를 대상으로 한다. 배임죄의 주체가 되는 타인사무를 처리하는 자에는 누가 있을까? 기업을 예로 들어보자. 기업(회사)도 법적으로는 하나의 별도의 독립된 법인격을 가진 주체이다. 독립된 법인격을 가진 기업을 위해 일하는 CEO나 직원들은 기업(즉, 타인)의 위임을 받아 기업업무(타인사무)를 처리하는 자이기 때문에 배임죄, 특히 업무상 배임죄의 주체가 될 가능성이 항상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배임죄가 성립하기 위한 범죄성립요건이 매우 애매하다는데 있다. “임무위배성”과 이로 인한 “손해발생”이 배임죄 성립의 핵심요건인데, 특히 기업 CEO가 경영판단을 잘못하여 기업에 손해를 끼치는 경우에도 업무상 배임죄가 성립된다고 볼 것이냐가 쟁점이 되고 있다. 기업 CEO가 사기죄나 횡령죄와 같이 다른 범죄를 저지르면서 경영상의 판단을 한 경우, 즉 CEO가 다른 불법을 저지르면서 위임업무를 처리하는 경우에는 CEO는 기업이 자신에게 업무를 위임한 취지에 위배한 것이라고 인정할 여지가 클 것이다. 그러나, CEO가 다른 범죄행위와 같은 불법을 저지르지 않은 상태에서, 순수한 경영상의 판단을 하였는데, 그 판단에 의한 경영으로 인하여 결과적으로 기업에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도, CEO가 위임된 임무에 위배하여 손해를 끼쳤다고 보아 업무상 배임죄로 처벌해야 할까? 대법원판례는 이러한 CEO의 경영상의 판단과정을 제3자의 눈으로 평가해 볼 때 객관성이나 합리성이 현저하게 부족할 경우 업무상 배임죄가 성립하는 것으로 보는 경향이 있는데, 이러한 대법원 판례의 기준도 애매하기는 마찬가지이다. 현재 이 문제는 "경영판단법칙"(Business Judgement Rule)이라고 하여 미국에서도 쟁점이 되고 있는데, 업무상배임죄가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의 일환으로 논의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이는 우선적으로 풀어야 할 과제이다.

<군포신문 제636호 2012년 10월 11일(발행)~2012년 10월 17일>

군포신문(gunpo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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